[INTERVIEW]It's about what I like, CAMPERGRAPHIC | 햅스토어 HABST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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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만난 사람, 그래픽 아티스트 소재훈 

 



현재; 90's kid, 4.7인치 액정 속 그래픽 아티스트로서의 삶

그의 그림, 직사각형의 핸드폰 액정, 혹은 네모 반듯한 액자 틀 밖에서 보는 그의 작품을 그저 예쁘장한 그림이라고 생각하고 지나쳤었다면 다시 한번 들여다봐야한다. 아니, 지나치기 전에 다시 한번 들여다 보게 될테다. 모노톤부터 파스텔 컬러, 비비드한 컬러에 이르기까지, 가능한 모든 컬러의 스펙트럼 위를 걷는 인물과 생동하는 선의 모습을 포착해내는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이 어떤 컬러 위에 그려졌든지, 액자 뒤에서 쉬지않고 뛰어다니고 있음은 분명하다. 배경음악은 Kris Kross의 Jump쯤 될까? 90년대 초반, 그들이 옷을 뒤집어 입고 등장했을때 대중들이 느꼈던 에너지가 운동화에 셔츠와 티를 입고 종종 손가락으로 머리를 넘기며 들어온 그와 그의 작품, 그가 걸어온 과정과 앞으로 걸어갈 걸음을 이야기 하며 눈을 반짝이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에너지와 같지 않을까. 마침 캠퍼그래픽(@campergraphic)을 이끌고 있는 작가 소재훈은 90's kid다. 




 
주로 인스타그램을 통해 보여지는 그의 작품 밑에는 간단한 제목만 붙어있을뿐, 어떠한 부연설명도 붙어있지 않다. 이 작품, 저 작품, 무엇을 뜻하는지 일일이 따져서 설명하기보다 작품이 주는 주관적 느낌과 감상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술이라는 분야가 아무리 주관적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업으로 삼는 사람으로서 평가를 받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것 임을 그는 잘 안다. 작가의 작품에 박수를 보낼 것인지 야유를 보낼 것인지는 개인의 문제로 남겨두더라도 그것을 평가라는 이름의 무기로 사용되는 것과 빠르게 올라오는 작품들 그리고 다작에 대해 그가 입을 떼었다.

 
"줄리안 오피의 작품이 내 그림들과 비슷하다는 이야기가 처음 나왔을땐 그냥 그런가 보다 했어요. 줄리안오피라는 작가와 작품에 대해서 알지도 못했을뿐더러, 크게 신경쓰지 않았으니까. 자신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그리는데 같은 것이 어디 있겠냐는 생각만 하고 열심히 제 작품만 했죠, 그런데도 계속 그 작가이름이 언급되길래 찾아봤는데 그냥 언뜻보면 비슷하게 보일 수도 있겠더라구요 하지만 영감의 원천 자체가 다른데 어떻게 같은 작품일 수 있겠어요. 차라리 실제로 영감받은 일본의 인포그래피들과 비슷하다는 말을 듣고싶죠."



 
" SNS계정에 많은 작품들 제 그림들이 올라가는 속도와 피드백은 반비례해요. 제 그림들을 하나씩,하나씩 천천히 만들어 올리면, 피드백은 그많큼 많아지죠. 그래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해요. 요즘엔 타투와 티셔츠 같이 지면을 벗어나는 시도를 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 피드백이 직간접적으로 내 작품에 영향을 주는 것을 최대한 피하고 싶어요 다행인지, 아직까지는 제 작품들을 사랑해주시는 분들이 많지만 사실, 아티스트로서 대중의 마음에 드는 그림만을 그리고 싶은건 아니니까요."




그가 물건을 만드는 제조업을 하는사람이라면 피드백의 중요성과 하나하나 귀 기울일 필요성을 관과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캠퍼그래픽을 이끄는 소재훈은 아티스트고, 아티스트가 피드백을 다 받아들이다보면, 방향을 잃고 만다. 방향성에 대한 이해, 캠퍼그래픽을 이끄는 그를 왜 그저 '젊고 패기있는 아티스트'만으로 보고 끝내지 말아야 하는지,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캠퍼그래픽을 수 많은 아티스트들의 처녀작들 사이에서 구분짓게 하는지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자신이 그림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은 무엇인지 물었을때 망설이지 않고 작품을 꺼내 보였다. 어떤 이야기를 정해놓고 그리지 않는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그려낸 'NARROW THINK'라고 이름붙인 이 작품들은 모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인체가 몸을 구부리거나 쭈그린 자세로 앉아있다.


 

"지면을 네모난 틀이라고 생각하고 그렸어요. 이 그림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틀 안에 갇혀있는 듯한 모습들이죠.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로 몸을 굽혀 앉아있는 모습들을 통해 나약한 인간에게 틀이라는 공간이 주는 안정과 불편함이라는 모순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보수적인 집안 분위기 탓인지 이상하게 저는 정말 어떤 규율 규칙에 사로잡혀 사는 게 너무 싫어요. 놔둬도 어련히 잘할 텐데 왜 그런 틀을 제공하는지 모르겠다니까요. 오히려 저는 어떤 틀에서 벗어낫을때 비로소 안정감을 느끼는데 말이죠."


한참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에 그가 갑자기 영상 하나를 내밀었다. 대학시절, 기숙사를 배경으로하고 친구에게 연기를 시켜 만들었다는 영상은 미숙하지만 그의 이런 생각을 보이려는 하나의 첫 시도였다. 그 후 만들어진 캠퍼그래픽의 camper도 그가 네이밍 했다. 캠핑하는 사람들 그들이 맞닿뜨릴 예상할 수 없는 일들 그리고 여유. 일상의 틀에서 아무리 벗어나려고 해도 결국 여행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끝나는, 어쩌면 인간의 서글픈 숙명같은 것을 그는 캠퍼그래픽을 통해 거부하고 싶었다. 조심스러우면서도 강단있게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틀에 맞추어 움직여야하는 젊은 아티스트들의 고충, 한국의 아티스트들이 함께 나아가야할 방향과 앞으로 진행하게 될 무형과 유형의 총체적 아트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을 이야기하는 그의 눈은 어느 때보다 반짝였다.

 

▲아더에러와 진행했던 15F/W ADER SANTA 프로젝트




과거; 펜을 들고 부르는 노래

"혼자 노래할 수 있는 곳도 있어요." 

노래를 하는 삶은 그의 오랜 꿈이다. 어릴적부터 '그냥', '마냥' 좋았던 음악, R&B가 좋았고, 비트를 만들고 랩을 하는 취미를 가진 친구가 있었다. 운 좋게도 군대에서 노래를 하는 선임을 만나 틈틈히 보컬레슨을 받았을 수 있었고, 크러쉬(CRUSH)와 같이 음악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가진 음악을 하고 싶다. 아직도 타인의 눈이나 평가에 상관없이 자신의 감정에 충실해서 부르는 노래가 주는 즐거움이 가장 크다고 말하는 그는 아직도 혼자가서 500원에 노래 두 곡을 부를 수 있는 신촌 코인노래방의 단골손님이다. 
나중에 가수 소재훈으로 인터뷰할 날도 있겠네요 하는 물음에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가수...제 노래요? 제가 들었을때 나쁘지는 않아요. 그림 그리는 것을 비율로 보자면 좋아하는 게 50, 잘해서 하는게 50이고, 음악을 비율로 보자면 좋아하는게 95 잘해서 하는게 5정도 될려나? 노래 잘하는 사람은 많아요. 노래만 잘해서는 될 수 없는게 가수죠."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학생으로서가 아니라도, 그림을 그리는 것은 그가 쭉 좋아했던 일이다 그러나 자뭇 진지한 표정으로 좋아하는 것만 쫓았다면 음악을 했을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그림이 너무좋아서, 그림을 그릴때 가장 행복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여느 일러스트레이터들의 못에 박힌 시나리오를 벗어나 그 누구의 이야기보다 솔직했다.


 


▲캠퍼그래픽이 참가하는 아트프린트 컬렉션은 16일부터 상상마당에서 진행되며 모든 개체들은 최소한의 시각적 요소를 내포하고, 단순함과 위트 그리고 컬러로 취향을 직관적으로 표출하는 그의 디지털 프린팅 제품들을 만날 수 있다. 




미래; CCC

이런저런 것들을 진행하고, 많은 것을 마무리하고 있지만, 앞으로 진행할 것들이 마무리하고 있는 것들보다 많다는 아티스트 소재훈, 그는 앞으로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많은 아티스트들과 함께 새로운 문화코드를 만들어내고 싶다고 했다. "요즘에는 선택사항들이 너무 많아요. 하나를 선택하면 좋은 것들이 알아서 다 따라오는 그런 '패키지'같은 작업들을 하고 싶어요. 하나를 선택했을 뿐인데, 다 '굿초이스'인... 그게 모여서 하나의 문화코드가 되는거죠" 그의 미래 계획이다. 





2시간 여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어쩌면 아직도 아티스트 소재훈을 알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마치 그가 대학시절 만들었다는 단편처럼, 우리는 같은 문으로 들어갔고 같은 문으로 나왔으며 여전히 각자의 자리에 서 있다.

공동으로 사용하는 홍대 주변의 3평 남짓한 작업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열약한 환경, 아티스트들의 재능을 착취를 조장하는 불합리한 계약조건과 예술은 값을 치르지 않고 얻어져야 하는 것이라는 덜 성숙한 의식들, '비주류 문화'라고 제멋대로 이름 붙인 기존의 관념에 맞서 기성세대의 잘못된 관점을 타파하고 좀 더 자유롭고 창의적인 정신을 재 정립하고자 하는 젊은 아티스트들의 앞 길이 그저 평탄하지만은 않을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가진 신념과 열정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작품 지켜주려는 우리의 재정적 지원과 실질적 노력에 대한 고민이 계속된다면, 훗날 길을 걷다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맞닿뜨린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주는 감동은 진정한 아트의 의미, 그들의 재능과 우리의 노력이 함께 만들어낸 작품에 보내는 가장 값진 찬사가 되지 않을까.

 



글 양보현/ XABETA Y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