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D]From Kitchen to TV | 햅스토어 HABST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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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름이 미덕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그러나 우리의 부엌만큼은 시대를 역행하고 있는 듯 하다. 빠르고 간편한 레트로트 식품을 등지고 직접고른 재료들로 집에서 요리하는 문화를 장려하는 TV 프로그램들, 그동안 어디 숨어있었는지 이상할만큼 매일 같이 쏟아져나오는 쉐프들과 꾸준한 인기를 받으며 방영되는 수 많은 요리 프로그램들만 보아도 그렇다.




지극히 본능적인 '미식'이라는 영역에 우리가 이렇게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모 웹에서 요리프로그램에 관한 기사에 줄줄이 달린 댓글만 읽어봐도 넘쳐나는 요리 프로그램들만큼 요리 프로그램을 보는 이유 또한 다양함을 알 수 있다. 간단한 가정식을 배우고 싶다는 비교적 평범한 이유부터 혼자 식사하기 외로워서 요리 프로그램을 틀어놓는다,  외식하러 나갈 준비를 할 시간 안에 완성할 수 있을 정도로 간편해보이는 가정식들을 쉐프들이 정갈하게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에 평화를 얻는다는 이유까지. 갈수록 치열해지는 삶 속, 어쩌면 그 밑바닥에는 '엄마가 해주는 음식'에 대한 향수,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과 갈망이 깔려 있는 것이다.









▲그 당시의 키친웨어를 살펴볼 수 있는 The French Chef  중 프렌치 어니언수프 레시피. 오른손으로 양파 잡는 방법, 양파 슬라이스 하는 방법, 칼 가는 방법 등 줄리아는 실용적인 정보를 위주로 전달하고 있다.





1963년, 미국 TV가 가정용으로 퍼지기 사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TV에서 요리프로그램을 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던 시절,  디테일한 일러스트를 포함한 726페이지의 요리 책, 'Mastering the Art of French Cooking'으로 이미 명성을 얻었던 Julia Child는 방송국에 요리 프로그램을 진행하자는 제안을 하게된다. 그녀의 요리책을 기반으로 해 칼 가는 방법, 재료를 슬라이스 하는 법, 칠면조를 손질하는 법 등  당시 주부들의 부엌일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보들을 전달하며 당시 시청자들의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불러일으켰고,  1963년 부터 1973년까지 자그마치 10년간 인기리에 방영되게 된다. 1969년 줄리아의 요리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자 뒤이어  요리 프로그램에 남성 요리 연구가  Graham Kerr는 'The Galloping Gourmet' 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가정에서의 요리는 여성의  몫이라는 금기를 깨게 되었는데, 이렇듯 공개적으로 남성이 요리하는 모습을 내보내는 것은 당시의 사회관으로 상당히 파격적인 발상이였다고 할 수 있다.







▲Graham Kerr의 'The Galloping Gourmet' 중 한 장면과 그가 출판한 요리책





사실 요리 프로그램이라는 장르가 먹고 사는 것에 문제가 없을 때 할 수 있다는 특성을 생각했을때, 보릿고개가 여전하던 시절이였으며, 경부고속도로, 새마을운동, 정주영의 현대조선, 포항제철, 안정되지 못한 정치상황과 베트남전쟁 등으로 아직은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내고 있었던  60년대 대한민국에서 최초의 TV요리 프로그램이라는 자료를 찾기 어려운 것은 어쩌면 당연하지만 그 선례가 아예없는 것은 아니다.






▲위/ 이좀임씨의 EBS 요리프로그램, 아래/하숙정 선생은 1965년 우리나라 최초의 요리학원인 수도요리학원을 설립. 먹을 것이 귀했던 시절 요리학원이라는 파격적인 행보로 질타를 받기도 했던결국, 지금의 요리프로그램의 발판을 다진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요리 프로그램들이 한국에서 브라운 관에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뤄낸 직 후 였던 80년대. 그 이 전에는 오늘날 각종 식료품, 제빵용 전기오븐, 한식회전상등 14건의 발명특허도 보유했던 우리나라 대표 1세대 요리연구가 故하숙정 선생이 1965년 우리나라 최초의 요리학원인 수도요리학원을 설립했고, 80년대 들어서면서 하숙정 선생의 조카인 이종임 요리연구가가 본격적으로 대중 앞에 선 것은 1981년 공중파 프로그램 ‘오늘의 요리’ 에 요리 선생님으로 출연하면서다. '오늘의 요리' 프로그램은 남편들을 출근시키고 한숨 돌리는 주부들을 대상으로 시작했지만 이윽고 대한민국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 받는 프로그램으로 발전해 한때 최고 시청률이 50%를 넘기도 했다. 스타 셰프 원조격인 이종임씨의 방송이 끝나면 전국 곳곳에는 해당 방송의 요리를 만들기 위해 순식간에 재료가 동났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그는 이 방송을 발판으로 80~90년대 요리전문가로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고 이를 바탕으로 90년대 EBS에서 어린이들 상대로 방영했던 요리교실, 또는 주부들을 타깃으로 한 요리 프로그램들이 후발주자로 나섰으나 그리 큰 이슈가 되지는 못하였다. 그러다 2000년대 초반, 웰빙 바람이 불었다. 모두가 잘 먹고, 잘 사는 방법, 웰빙(Well-Being)을 외치며 우리의 가정과 외식업계에 불어닥친 이 움직임은 이제 웰빙 그 자체를 넘어 웰빙의 방법론 적인 부분까지 그 영역을 넓혀가며 수 많은 리빙 브랜드를 양산시키고, 우리로 하여금 '어떻게 하면 건강하면서도 멋지게 살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다시금 이끌어, 또 한번 요리 프로그램 전성시대를 펼치게 되었다.



이렇듯 이제 사회 현상으로서 다시금 등장한 요리, 우리를 열광케 한 건 브라운관 속 능수능란한 칼놀림을 선보이는 쉐프의 이미지나 간편한 레시피 때문만은 아니다. 아무리 훌륭한 쉐프의 요리도 재현해 낼 수 없는 기억에 관한 메세지,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에 관한 고찰, 엄마가 해준 밥에 관한 기억,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아날로그 적이고 지극히 일상적인 철학이 담겨 있다는 점이야말로  요리 프로그램을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게 하는 건 아닐까. 인간에게 있어 가장 기본적인 음(飮)과 식(食)에 관한 고민,  우리의 어머니의 어머니 또 그 어머니가 해왔던 고민에 함께하기 시작한 아들과 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글 양보현/ XABETA 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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